영화 저스트 머시: 로튼토마토 83%의 뜨거운 울림
01. 편견에 맞선 법정 위의 외로운 사투
영화의 막이 오르면 하버드 출신의 전도유망한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앨라배마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화려한 대형 로펌 대신 그가 선택한 길은 사법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는 것이었죠. 그곳에서 그는 목격자의 증언이 조작되고 명백한 알리바이가 무시된 채 사형 선고를 받은 '월터 맥밀리언'을 만납니다. 영화는 이들이 거대한 공권력의 벽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아주 치밀하고도 묵직하게 그려냅니다.
단순히 법적인 공방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 서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부색과 가난 때문에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카메라는 외면하지 않고 응시하죠. 브라이언이 겪는 숱한 방해와 차가운 시선들, 그리고 감옥 안에서 소망을 잃어가는 수감자들의 모습은 보는 내내 가슴을 짓누릅니다. 하지만 절망의 늪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진실을 향한 끈기는 이 작품을 단순한 법정물을 넘어선 뜨거운 휴먼 드라마로 완성시킵니다.
02. 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제작 비하인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압도적인 무게감은 이 모든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실화'라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실제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기에 현장의 고증이 매우 철저했죠. 마이클 B. 조던은 실존 인물인 브라이언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그와 긴 시간을 보내며 변호사로서의 사명감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까지 흡수했다고 해요. 또한 억울한 누명을 쓴 월터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는 실제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겪었던 차별의 기억을 연기에 녹여내어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일화 중 하나는, 제작진이 앨라배마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로케이션 선정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사실입니다. 당시의 고립된 정서와 무거운 공기를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실제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보조 출연자들조차 현장의 긴장감을 유지했다는 후문이 있어요. 감독인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은 자극적인 연출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유도했고, 덕분에 영화는 신파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로튼토마토 83%라는 높은 지수와 함께 관객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03. 40대 영화광이 마주한 정의의 참모습
어린 시절 아빠 손을 잡고 극장에 가서 보던 <앵무새 죽이기>의 기억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겹쳐졌습니다. 그 시절 제가 보았던 정의는 선과 악이 분명한 영웅담 같았는데, 마흔을 넘긴 지금 다시 마주한 정의는 참으로 고달프고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대사를 들을 때,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삶의 무게를 아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주인공들의 승리보다 그들이 견뎌낸 긴 시간의 고통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지나온 세월 동안 저 또한 누군가를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영화 속 앨라배마처럼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가혹하고 불공평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보다,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 진정한 '머시(자비)'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일깨워줍니다. 화려한 특수효과나 반전은 없어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껴지는 묵직한 여운은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강력했습니다. 다시 한번 영화의 힘을 믿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