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쉰들러 리스트 (로튼토마토 98%) - 한 생명을 구하는 일
탐욕스러운 사업가에서 생명의 수호자로
까만 화면 위로 촛불이 타오르다 이내 연기처럼 사라지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가득한 폴란드, 기회주의적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유대인의 노동력을 이용해 큰돈을 벌고자 크라쿠프에 공장을 세우죠. 처음의 그는 그저 수완 좋은 장사꾼에 불과했습니다. 나치 당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실리를 챙기고, 유대인 회계사 잇작 슈턴의 도움으로 사업을 번창시키던 그는 나치의 무자비한 유대인 학살 과정을 목격하며 서서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수용소에서 붉은 코트를 입은 한 아이가 무채색의 풍경 속을 가로지르다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는 장면은, 쉰들러는 물론 관객이었던 저의 심장마저 내려앉게 만들었죠. 결국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쏟아부어 유대인들을 사들입니다. "이 명단은 생명입니다." 슈턴의 말처럼, 1,100여 명의 이름을 적어 내려간 그 리스트는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피어난 유일한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스필버그가 수익 전액을 기부한 이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렸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화입니다. 당시 그는 스스로가 이런 거대한 비극을 담아낼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고 느꼈다더군요. 심지어 제작비도 받지 않았고, 수익금 전액을 생존자들을 위한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촬영 현장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고 해요. 흑백 화면을 고집한 이유는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감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덕분에 우리는 스크린 속 인물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연 배우 리암 니슨의 캐스팅입니다. 스필버그는 그가 오디션장에서 보여준 따뜻한 포옹 한 번에 '이 사람이 바로 쉰들러다'라고 확신했답니다. 영화 속에서 그가 유대인들을 안아주던 그 투박한 손길이 연기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게 되니, 다시금 가슴 한편이 아릿해집니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일임을
어릴 적 거실 소파에 앉아 부모님과 함께 이 영화를 보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그저 무서운 전쟁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은 지금 다시 마주한 쉰들러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자신의 금배지를 만지며 "차 한 대를 더 팔았더라면 한 명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오열할 때, 저도 모르게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보여준 숭고한 용기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삶의 풍파를 겪어본 지금에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이죠. 로튼토마토 98%라는 경이로운 점수는 이 영화가 가진 진정성에 대한 당연한 보답일 겁니다. 존 윌리엄스의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이 흐를 때마다, 저는 타인을 향한 작은 선의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다시금 되새깁니다. 흑백의 영상 위로 흐르던 그 붉은 코트의 잔상이 오늘 밤 제 마음속에서도 긴 여운으로 머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