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 기억해줘 우리가 나눈 모든 순간 (로튼 97%)
1. 영화 줄거리 - 금지된 선율을 따라간 소년, 주황빛 꽃길 너머의 조우
어느덧 40대에 접어드니 '가족'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편이 묵직해지곤 합니다. 그런 저에게 <코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혼을 어루만지는 한 편의 시 같았어요. 줄거리는 음악을 금기시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미겔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대면서 시작됩니다.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들의 날', 미겔은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사후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죠. 그곳에서 만난 뼈다귀 유령 헥터와 함께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화려한 색감만큼이나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마리골드 꽃잎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다리를 건널 때의 그 압도적인 풍경이란! 마치 제가 그 주황빛 꽃길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더군요. 하지만 영화의 진짜 핵심은 후반부의 반전과 깨달음에 있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성공이나 명예를 쫓느라 놓치고 살았던 진실들, 그리고 오해 속에 묻혀버린 누군가의 진심이 하나씩 벗겨질 때 제 눈시울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죠. 미겔이 치매에 걸린 증조할머니 코코 앞에서 'Remember Me'를 불러줄 때, 굳게 닫혔던 할머니의 기억이 열리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노쇠해진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잦아지는 우리 세대에게, 이 장면은 그 어떤 위로보다 깊고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결국 인생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한 끝나지 않는다는 그 평범하고도 위대한 진리를, 미겔의 노래를 통해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됩니다.
2. 영화 제작 비하인드 - 멕시코의 영혼을 담기 위한 픽사의 지독한 짝사랑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시지 않는 여운을 달래려 제작 뒷이야기를 찾아보았는데, 역시 픽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제작진은 멕시코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왜곡 없이 담아내기 위해 무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지답사를 진행했다고 해요. 실제 멕시코 가정집에 머물며 그들의 대화법, 음식 냄새, 그리고 죽음을 슬픔이 아닌 축제로 받아들이는 쾌활한 정서를 온전히 체득했죠. 작중에 등장하는 사후 세계의 건축 양식들이 멕시코의 실제 역사적 건물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화면 속 모든 프레임이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소리에 예민한 제 귀를 사로잡았던 건 기타 연주 장면의 디테일이었습니다. 미겔이 기타를 칠 때 손가락의 움직임이 실제 코드 진행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비하인드는 픽사의 집요한 장인 정신을 잘 보여줍니다. 촬영 현장에서 바람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던 음향 팀의 노고가 더해져, 관객은 마치 멕시코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음악 감독 로버트 로페즈 부부가 작곡한 'Remember Me'가 영화의 맥락에 따라 신나는 축가에서 애절한 자장가로 변주되는 과정 또한 치밀하게 설계된 결과였죠. 기술력을 뽐내기보다 이야기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기술을 도구로 삼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로튼토마토 97%라는 신화적인 수치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3. 개인적인 평가 - 언젠가 우리가 마주할 그곳, 미리 건네받은 주황빛 초대장
제 인생의 중반부를 지나오며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어릴 때는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 하나둘 곁을 떠나고, 이제는 그들의 이름조차 희미해질 때면 가끔 무서운 생각도 들곤 했어요. '나 역시 잊히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말이죠. <코코>는 그런 저에게 다정한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로튼토마토의 높은 점수보다 제게 더 의미 있었던 건, 죽음이 더 이상 어둡고 차가운 끝이 아니라 보고 싶은 이들을 다시 만나는 따뜻한 재회의 시작일 수 있다는 희망이었습니다. 40대의 눈으로 본 코코는 사후 세계를 다룬 판타지라기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을 벌어주는 '기회의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휴대폰 앨범 속 옛 사진들을 뒤적였습니다. 이제는 곁에 없는 할머니의 목소리, 젊은 시절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영화 속 선율에 겹쳐 들려오는 것 같았거든요.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수 있는 건 명예나 부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나눴던 따뜻한 기억뿐이라는 걸 이 영화는 너무나 아름답게 가르쳐줍니다. 훗날 제 아이가 저를 기억할 때, 이 영화처럼 주황빛 마리골드 꽃길을 따라 기쁘게 마중 나올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품어봅니다. 삶이 팍팍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잊어버린 기분이 들 때, 이 마법 같은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