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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위키드: 포 굿

by 호피뇽 2026.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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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RT 92%) - 초록빛 우정이 건넨 위로

영화 줄거리 - 초록 마녀와 금발 마녀, 그 찬란한 우정의 종착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을까요? 영화는 선천적으로 초록색 피부를 지닌 채 태어나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온 '엘파바'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는 '글린다'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소녀는 쉬즈 대학의 룸메이트로 마주하게 되죠. 처음엔 서로를 밀어내며 날 선 감정을 주고받지만, 오해의 벽을 하나둘 허물며 누구보다 깊은 유대감을 쌓아갑니다. 하지만 마법사의 음모와 오즈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들의 운명은 격렬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엘파바는 정의를 위해 기꺼이 '서쪽의 마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하늘로 솟구치며, 글린다는 대중 앞에 서서 질서를 유지하는 길을 택합니다. 특히 1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Defying Gravity' 장면은 압권이에요. 엘파바가 빗자루를 움켜쥐고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그 찰나, 그녀의 외침은 단순히 노래를 넘어 억압받던 영혼의 해방처럼 느껴져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서로를 통해 완전히 변화된(Changed for Good) 두 마녀의 애틋한 작별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넘어서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들이 나눈 눈빛 속에는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는 존재들만이 공유하는 깊은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제작 비하인드 - 현장에서 라이브로 부른 전율의 노래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팬이 우려했던 건 컴퓨터 그래픽의 남발이었습니다. 하지만 존 추 감독은 놀랍게도 '아날로그의 힘'을 믿었습니다. 에메랄드 시티와 먼치킨 랜드의 풍경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거대한 실물 세트를 제작했죠. 실제로 900만 송이의 튤립을 직접 심어 꽃밭을 일궈냈다는 일화는 이 영화가 지향하는 진정성이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배우들은 진짜 흙과 바람을 느끼며 연기했고 덕분에 관객은 마치 오즈의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듯한 생동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캐스팅 비화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엘파바 역의 신시아 에리보와 글린다 역의 아리아나 그란데는 모든 가창을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소화했습니다. 보통 뮤지컬 영화가 후반 작업에서 노래를 덧입히는 것과 달리, 두 배우는 현장의 공기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죠. 아리아나 그란데는 수년 전부터 이 역할을 갈망하며 오디션을 준비했다고 하니, 그녀가 보여준 풍부한 연기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셈이죠. 제작진의 집요한 장인정신과 배우들의 헌신이 만나, 무대 위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던 그 찬란한 마법을 스크린 위에 훌륭히 재현해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 - 우리가 꿈꾸던 오즈, 그 이상의 황홀한 시각적 경험

이 영화를 마주하니, 예전에 뮤지컬 공연을 처음 보며 전율했던 30대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그땐 엘파바의 화려한 마법에 환호했다면, 지금은 그녀가 견뎌야 했던 고독과 끝내 지켜내고자 했던 신념에 더 마음이 가네요. "당신을 만났기에 나는 변했다"는 가사가 귓가에 맴돌 때, 제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습니다. 영화는 그 어떤 선택도 틀리지 않았다고, 그저 우리가 서로를 만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로튼토마토 92%라는 숫자가 증명하듯, 이 영화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서사적 깊이를 동시에 거머쥐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에 가슴 설레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는데, 오랜만에 극장을 나서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은 40대의 지친 일상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어 주더군요. 딸아이와 손잡고 보러 가기에도 좋고, 오랜 단짝 친구와 추억을 되새기며 관람하기에도 더없이 완벽한 작품입니다. 잊고 지냈던 동심과 함께, 다정함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선물해준 고마운 영화입니다.

위키드: 포 굿 영화 포스터 북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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