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둠 속의 댄서 (로튼토마토 69%) 눈먼 모성애
영화 줄거리 - 시력을 잃어가는 여인이 꿈꾸는 몽환적인 뮤지컬
1960년대 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 체코에서 온 이주 노동자 셀마는 아들과 함께 단칸방에 살며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갑니다. 그녀에겐 비밀이 하나 있었어요. 유전병으로 인해 시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죠.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 아들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봐 셀마는 오로지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매달립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녀를 지탱해 주는 건 뮤지컬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춤추는 상상뿐입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기차의 덜컹거림조차 그녀에겐 환상적인 비트가 되고 무대 음악이 됩니다. 하지만 가혹한 운명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믿었던 이웃집 경찰 빌이 셀마가 피땀 흘려 모은 아들의 수술비를 훔쳐 가고, 이를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죠. 결국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한 여자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찬가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막을 내립니다.
영화 제작 비하인드 - 100대의 카메라로 포착한 비요크의 신들린 열연
이 작품은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쟁터였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현장에 무려 100여 대의 카메라를 배치해 배우들의 사소한 떨림까지 잡아내는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건 주연 배우 비외르크와의 불화설이죠. 천재적인 뮤지션인 비외르크는 캐릭터에 너무 깊이 몰입한 나머지, 감독의 연출 방식에 고통스러워하며 촬영장을 이탈하기까지 했습니다. 비외르크가 직접 작곡한 사운드트랙은 공장의 소음조차 예술로 승화시키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이끌어냈습니다. 감독은 도그마 95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뮤지컬 장면만큼은 화려한 원색을 사용하여 셀마의 내면과 비참한 현실을 극명하게 대비시켰습니다.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영화 속 셀마의 노래를 더욱 진실되게 만듭니다.
개인적인 평가 -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찬란하게 빛나는 노래
다시 만난 셀마는 제게 전혀 다른 울림을 주었습니다. 처음 볼때 흘린 눈물이 그저 동정이었다면, 지금 흘리는 눈물은 자식에게만큼은 어둠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한 인간의 숭고한 저항에 보내는 경의입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노래"가 울려 퍼질 때, 저 역시 숨을 죽인 채 그녀의 고독한 무대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그녀를 어리석다 말할지 몰라도, 저는 셀마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어두운 곳에서 노래할 때였다고 믿습니다. 팍팍한 삶 속에서 우리도 가끔은 현실의 소음을 음악으로 바꿔야만 견딜 수 있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이 작품은 제 인생 영화 목록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이자, 지독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마스터피스입니다. 조선의 차가운 새벽 공기만큼이나 서늘하지만, 그 끝엔 잊을 수 없는 온기가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