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갓, 날것의 생명력이 꿈틀대다 (로튼 91%)
1. 영화 줄거리 - 신이 버린 도시, 그곳에서 피어난 소년의 뷰파인더
어릴 적부터 영화라면 사족을 못 썼던 제 기억 속에 이 작품은 마치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으로 남아있어요.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브라질 리우의 빈민가 '시티 오브 갓'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 영화 그 이상이죠. 줄거리는 명확합니다. 총을 든 악마 '리틀 제'가 지배하는 지옥 같은 거리에서, 카메라를 든 천사 '로켓'이 살아남아 세상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과정을 그립니다. 피가 튀고 비명이 가득한 골목길 사이로 먼지가 뿌옇게 일어날 때, 화면 너머의 저까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어요.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그곳에서, 소년들이 장난감처럼 권총을 휘두르는 모습은 서글프다 못해 가슴이 미어집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본 이 영화는 단순히 잔혹함에 그치지 않더군요. 그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춤을 추고, 태양 아래서 웃습니다. 주인공 로켓이 신문사에 사진을 보내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은, 40대가 된 지금의 저에게도 여전히 뜨거운 응원을 불러일으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각자의 '시티 오브 갓' 안에서 무언가를 붙잡고 버티는 여정일지도 모르니까요. 거친 입자감이 느껴지는 화면 속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소년의 시선은,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나만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오래된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2. 제작 비하인드 - 가공되지 않은 보석들, 길 위에서 길어 올린 기적
영화 공부를 하거나 잡지를 뒤적이는 걸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제작 뒷이야기가 얼마나 드라마틱한지 잘 아실 거예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이 압도적인 현실감을 구현하기 위해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리우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을 캐스팅했습니다. 연기 학원을 다니지 않은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날것'이었죠. 특히 '리틀 제'를 연기한 배우가 보여준 그 섬뜩한 눈빛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서 자라온 이의 생존 본능이 섞여 나온 결과물 같아서 소름이 돋습니다. 촬영 현장 자체가 실제 갱단의 위협이 도사리는 위험한 지역이었다는 비화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긴장감을 자아내죠. 현장의 즉흥성은 이 영화를 생생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대본을 완벽히 외우는 대신 아이들에게 상황을 던져주고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하게 한 방식은, 신의 한 수였어요. 닭 한 마리를 쫓으며 시작되는 오프닝의 긴박한 리듬감은 편집의 묘미를 넘어 제작진과 출연진이 하나가 되어 달린 흔적입니다. 당대 브라질의 어두운 이면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감독이 감내해야 했던 위험과 고뇌를 생각하면, 우리가 보는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껴집니다. 완벽하게 짜인 할리우드의 세트장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먼지 냄새와 화약 냄새가 밴 제작 과정이야말로 이 영화를 시대를 초월한 걸작의 반열에 올린 핵심일 것입니다.
3. 개인적인 평가 - 세월이 흘러도 가시지 않는 전율
영화를 사랑하며 살아온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필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시티 오브 갓>처럼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드는 작품은 드뭅니다. 40대 여자의 시선으로 다시 마주한 이 영화는 이제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로튼토마토 지수 91%라는 숫자가 증명하듯, 이 영화는 평론가와 대중 모두를 만족시킨 드문 사례죠. 하지만 제게 더 중요한 건 숫자보다 그 시절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살아있음'의 감각입니다. 치열하게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나만의 사진을 찍어내던 로켓의 손가락 끝에서, 저의 청춘 한 조각을 발견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로켓이 처음으로 자신의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린 것을 확인하고 쑥스러운 듯 미소 짓는 순간입니다. 온갖 범죄와 비극이 난무하는 영화 속에서 그 짧은 찰나의 성취감은 마치 어둠 속의 촛불처럼 찬란하게 빛납니다. 우리도 가끔은 삶의 거친 파도에 휩쓸려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잊곤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영화의 에너지를 빌려옵니다. 비극 속에서도 셔터를 누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그 마음을 닮고 싶어서요.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꺼내 보며 다짐해 봅니다. 비록 내가 서 있는 곳이 완벽한 낙원은 아닐지라도, 내 인생이라는 카메라의 렌즈만큼은 늘 닦아두어야겠다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