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 17 리뷰: 나를 찾는 여정
1. 영화 줄거리: 죽어야만 사는 남자, 미키의 기묘한 생존기
나이가 들면서 '나'라는 존재가 소모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요?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얼음 행성 니플헤임의 개척자로 투입된 미키는 '익스펜더블(소모품)'입니다. 위험한 임무에서 죽으면 그의 기억을 그대로 이식받은 복제 인간이 다시 깨어나는 운명이죠. 벌써 17번째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던 미키. 하지만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미키 17'이 살아 돌아오면서 아직 죽지 않은 '미키 18'과 마주하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한 지붕 아래 공존할 수 없는 두 명의 복제 인간. 영화는 이들이 정체를 숨기며 벌이는 소동극을 블랙 코미디와 SF 스릴러의 경계에서 아주 유연하게 풀어냅니다. 단순히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과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하죠. 주인공 미키가 매번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느끼는 허무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가야 하는 끈질긴 생명력은,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어 가슴 한구석이 찡해집니다.
2. 영화 제작 비하인드: 거장 봉준호의 야심과 기다림의 미학
어릴 적 주말의 명화를 보며 자란 우리에게 '감독의 이름'이 주는 신뢰는 대단하죠. <기생충> 이후 전 세계가 숨죽여 기다린 봉준호 감독님의 첫 할리우드 대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은 전설적입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지만, 봉 감독님은 주인공의 복제 횟수를 10번이나 늘려 '17'이라는 숫자를 부여했습니다. 인간의 고통을 더 처절하게, 혹은 더 우스꽝스럽게 극대화하고 싶었던 감독 특유의 뒤틀린 유머 감각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제작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도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은 1인 2역을 소화하기 위해 목소리 톤부터 걸음걸이까지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을 창조해냈다고 하죠. 워너 브라더스와의 편집권을 둘러싼 소문도 무성했지만, 결과적으로 감독님이 추구하는 '봉테일'의 정수가 담긴 최종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수차례 개봉이 연기되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그 시간은, 오히려 이 작품에 대한 갈증을 높이는 장치였습니다. 제작진의 노고는 화면 곳곳에서 빛이 납니다. 장인 정신이 깃든 세트장과 정교한 CG의 조화는 한국 감독이 할리우드 자본을 어떻게 주물러야 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교본입니다.
3. 개인적인 평가: 낡은 일기장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희망
40대에 접어드니 화려한 액션보다는 인물의 눈빛과 대사 한마디에 담긴 진심이 더 크게 들려옵니다. <미키 17>을 보며 저는 20대 시절, 세상의 부품이 된 것 같아 불안해하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영화 속 미키는 수없이 죽어나가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생의 의지를 발견합니다. 투박하고 서툴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 미키의 모습에서 저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실존주의적 질문을 특유의 유쾌함과 긴장감으로 포장해 관객을 끌고 갑니다.
제 개인적인 점수는 '신선도 100%'를 주고 싶어요.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아닌 낯선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인간애'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로튼토마토 지수가 높든 낮든, 저에게 이 영화는 찬란한 40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가처럼 들렸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그 안에서 '나'를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