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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데드풀과 울버린

by 호피뇽 2026.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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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로튼 78%) 리뷰

1. 영화 줄거리: 벼랑 끝에서 만난 두 마초의 '구원' 발칙한 동행

비 내리는 오후, 낡은 엑스맨 DVD 케이스를 만지작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울버린은 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웅이었죠. 이번 영화는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려 애쓰던 ‘데드풀(웨이드 윌슨)’이 자신의 세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다른 차원의 ‘울버린’을 찾아 나서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가 데려온 울버린은 우리가 알던 고결한 영웅이 아닙니다. 자신의 세상을 망쳐버렸다는 자책감에 빠져 술로 나날을 보내는, 그야말로 ‘실패한’ 변종이었죠.

성격부터 취향까지 단 하나도 맞는 구석 없는 이 두 남자는 시공간의 쓰레기통이라 불리는 '보이드'에 던져집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카산드라 노바라는 강력한 적에 맞서며, 동시에 자기 내면의 상처와 직면하게 됩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데드풀의 저급하지만 유쾌한 농담 뒤에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깔려 있고, 시종일관 으르렁거리는 울버린의 근육질 몸 안에는 다시 한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처절한 갈망이 숨어 있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티격태격하며 피 튀기는 액션을 선보이는 와중에도, 결국 서로의 상실감을 채워주며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려냅니다.

2. 영화 제작 비하인드: 라이언 레이놀즈의 끈기가 일궈낸 기적

이 영화의 제작 비하인드를 들여다보면, 한 남자의 집요한 짝사랑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바로 라이언 레이놀즈입니다. 그는 2017년 <로건>으로 완벽한 은퇴를 선언했던 휴 잭맨을 복귀시키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습니다. 휴 잭맨 본인도 은퇴 번복에 대한 부담이 컸겠지만, 어느 날 해변에서 운전하던 중 "데드풀과 함께라면 다시 하고 싶다"는 강렬한 영감을 받고 라이언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일화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죠.

재밌는 점은 디즈니가 청소년 관람불가(R등급)를 허용하면서 생긴 파격적인 제작 환경입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데드풀 특유의 발칙함을 살리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덕분에 우리는 마블 로고가 뜨는 순간부터 쏟아지는 자학적인 유머와 고수위 액션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20세기 폭스 시절의 히어로 영화들에 대한 헌사가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제작진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그 시절을 함께 통과해온 팬들을 위한 '러브레터'를 쓰고 싶었다는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3. 개인적인 평가: 낡은 방패와 발톱이 건네는 중년의 위로

40대가 되고 보니, 영웅도 나이를 먹고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이 예전처럼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낡고 헤진 울버린의 슈트가 제 눈엔 더 찬란해 보이더군요. 저에게 <데드풀과 울버린>은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었습니다. 20대 시절 극장에서 울버린의 발톱 소리에 환호하던 소녀가, 이제는 삶의 무게를 아는 중년이 되어 그와 재회하는 일종의 '동창회' 같았죠. 데드풀이 마블의 구원자를 자처하며 우리에게 말을 걸 때마다, 저는 영화와 함께 나이 들어온 제 세월을 긍정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로튼토마토 지수가 78%라는 건 평론가들의 엄격한 잣대일 뿐, 제 마음속 신선도는 100% 그 이상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옛 엑스맨 촬영장 영상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생 많았어, 우리 모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화려한 CG나 복잡한 멀티버스 세계관보다 중요한 건, 결국 우리가 사랑했던 그 인물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퍽퍽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40대들에게 건네는 가장 화끈하고 다정한 위로였습니다.

데드풀과 울버린 영화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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