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리뷰 : 그란 투리스모

by 호피뇽 2026. 1. 19.
반응형

 

영화 그란 투리스모 : 로튼토마토 98%의 짜릿한 역전극


01. 방구석 레이서, 시속 300km의 실전 트랙에 서다

영화는 웨일스의 작은 마을, 집안에서 게임기 핸들만 붙잡고 사는 청년 잔 마든버러의 일상에서 출발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현실 도피 중인 '게임광'에 불과했지만, 잔에게 <그란 투리스모>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삶 그 자체였죠. 그러던 어느 날, 닛산 자동차의 마케팅 임원 대니 무어의 파격적인 기획으로 전 세계 게임 고수들을 진짜 레이서로 양성하는 'GT 아카데미'가 열립니다. 잔은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선발되어, 한때 촉망받던 레이서였으나 지금은 은둔 중인 정비사 잭 솔터 아래에서 혹독한 훈련을 시작합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히 속도감에만 치중하지 않습니다. 시뮬레이션 속 숫자가 아닌, 실제 트랙 위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원심력과 엔진의 열기, 그리고 목숨을 건 동료들과의 사투를 밀도 있게 그려내죠. 불가능을 가능케 하려는 청춘의 고군분투와, 과거의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았던 스승이 제자를 통해 다시 꿈을 꾸는 과정은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듭니다. 결국 '불가능'이라는 낙인을 찍었던 세상에 보란 듯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르망 24시 레이스로 향하는 그의 여정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02. 게임 패드 대신 운전대를 잡은 실제 주인공의 헌신

제작 비하인드를 들여다보면 이 영화가 왜 이토록 생생한 현장감을 주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됩니다. 놀랍게도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인 잔 마든버러가 직접 스턴트 드라이버로 참여해 자신의 대역 연기를 소화했습니다. 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자신을 연기하는 배우의 차를 직접 운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율이 돋지 않나요? 감독 닐 블롬캠프는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레이싱 카의 역동성을 담기 위해 '소니 베니스 2' 카메라를 차량 곳곳에 장착하는 모험을 감행했고, 덕분에 관객은 마치 조종석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잭 솔터 역의 데이비드 하버와 대니 무어 역의 올랜도 블룸은 현장에서 놀라운 몰입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아날로그 감성을 고집하는 스승과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 전문가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은 영화의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배가시켰죠. 촬영 기간 동안 배우들은 실제 레이싱 슈트를 입고 땀 흘리며 현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냈습니다. 이러한 진심이 통했는지, 평론가들의 박한 평가를 뒤로하고 관객들이 매기는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관객 지수)는 9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로 우뚝 섰습니다.

03. 40대 여자의 마음을 울린, 멈추지 않는 엔진 소리

사실 저는 자동차 경주에 큰 관심이 있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비디오 대여점에서 보았던 수많은 성장 영화들의 향수가 이 영화 곳곳에 묻어있어 보는 내내 묘한 향수에 젖어들었죠. 40대가 되어 보니, 이제는 주인공 잔의 패기보다 그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걱정 어린 시선에 더 마음이 쓰이더군요. "네가 하는 건 그저 게임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진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불확신을 확신으로 바꿔놓았을 때 부모 자식 간에 흐르는 그 묵직한 공기가 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삶이란 어쩌면 정해진 트랙을 도는 레이스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가끔은 스핀을 돌며 멈춰 서기도 하고, 때로는 앞서가는 차들을 보며 조바심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해줍니다. 우리가 방구석에서 보낸 시간조차, 진심을 다했다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고 말이죠.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차 안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평정심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은, 소란스러운 일상을 살아가는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 속에 숨겨진 '인간의 의지'라는 고전적인 가치가, 잊고 지냈던 저의 열정에도 시동을 걸어준 참 고마운 영화였습니다.


그란 투리스모 영화 포스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