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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by 호피뇽 202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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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로튼 100%의 전율


01. 끝없는 밤의 미궁, 마침내 시작된 최후의 사투

이야기는 귀살대의 본거지가 습격당하고, 모든 대원이 혈귀들의 요새인 '무한성'으로 빨려 들어가며 시작됩니다. 상현의 혈귀들과 귀살대원들이 뒤엉킨 이 공간은 시시각각 구조가 변하는 기괴한 미궁이죠. 주인공 탄지로와 주(柱)들은 각자의 원한과 슬픔을 짊어진 채, 절대악 무잔을 처단하기 위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인간의 유한한 생명이 가진 숭고함과 혈귀의 영생이 가진 허무함이 격돌하는 지점이 바로 이 무한성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핵심은 각 캐릭터의 서사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칼을 휘두르는 액션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왜 싸워야만 하는지, 그 칼날 끝에 무엇을 담았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죠. 특히 사랑하는 이를 잃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무한성의 기하학적인 배경과 맞물리며 시각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여옵니다. 탄지로의 성장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희생과 결의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전개는,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02. UFO테이블의 장인 정신과 스크린에 새긴 빛의 마법

제작 비하인드를 들여다보면, 이 작품이 왜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돌파했다고 평가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작사인 유포테이블(ufotable)은 무한성의 복잡한 공간감을 구현하기 위해 3D CG와 2D 작화를 완벽하게 결합했습니다. 시시각각 회전하고 무너지는 무한성의 연출은 실제 건축 설계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되었다고 하죠. 성우들의 열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주연 성우들은 녹음 현장에서 실제 탈진할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캐릭터의 절규와 투지를 목소리에 담아냈습니다.

또한, 이번 극장판 3부작 프로젝트는 원작의 밀도 높은 후반부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한 제작진의 결단이었습니다. 로튼토마토 지수가 100%에 육박하는 비결은 바로 이런 타협 없는 퀄리티에 있죠. 배경음악(OST) 역시 각 캐릭터의 테마를 변주하며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켰고, 빛의 굴절과 먼지 입자 하나까지 신경 쓴 디테일은 스크린 너머의 공기마저 다르게 느끼게 합니다. 단순한 상업 애니메이션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제작진의 집요한 장인 정신이 모든 프레임에서 묻어납니다.

03. 40대 엄마이자 팬으로서 마주한 '계승'의 무게

어릴 때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를 보며 자랐던 제가, 이제는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기다리는 중년이 되었습니다. 40대가 되어 마주한 <귀멸의 칼날>은 제게 '계승'이라는 키워드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의지가 살아남은 이들의 칼날에 깃드는 모습을 보며, 우리네 삶 또한 누군가로부터 이어받아 다음 세대에게 건네주는 긴 여정임을 깨닫게 되더군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불꽃으로 남는다는 설정은 삶의 무게를 아는 나이가 되니 더욱 절절하게 와닿았습니다.

극장을 나오며 묘한 먹먹함이 남았습니다. 화려한 액션에 눈이 즐거웠던 아이와 달리, 저는 캐릭터들의 눈빛에 담긴 고독과 책임을 읽었나 봅니다. 삶은 때로 무한성처럼 출구 없는 미로 같을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탄지로의 외침은 지친 어른인 저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추억 속의 만화 영화들이 그랬듯, 이 작품도 훗날 제 아이에게 소중한 기억의 한 조각이 되겠지요. 화려한 기술력 속에 뜨거운 인간미를 숨겨둔,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명작이었습니다.


귀멸의칼날:무한성편 영화포스터 일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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